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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2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애니메이션

도쿄뱅 2020. 9. 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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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2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애니메이션

(뇌피셜, 경험에 관한 글 전혀 분석된 글이 아님을 참고하자)

 


아무리 일본이 싫다고 하더라도, 일본 애니메이션 한 편이라도 보지 않고 자라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릴 적, 유행의 중심은 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었다. 탑블레이더, 디지몬, 포켓몬스터, 유희왕 등. 각 애니메이션이 유행을 했고, 관련 상품도 시기별로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었다. 그러한 상품들을 어렵게 어렵게 구해서, 동네 형, 친구, 동생들과 매일매일 놀았던 기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난 그러한 애니메이션 덕분에 어릴 적에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지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많은 좋은 추억들이 나를 경험주의자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라고 믿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4t-GV4XcJak&feature=emb_title

일본 애니메이션 100주년 기념 동영상

 

나이를 먹으면서도 그러한 영향은 여전했다. 소위 원나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를 보지 않은 10대는 없을 정도로, 큰 유행을 했고 나 또한 그러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는 했다. 20대가 되어서는 그 영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지만, 여전히 20대에도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했고, 일본에 와서는 나이가 거꾸로 먹었는 것처럼 다시 애니메이션에 빠져 살았다. 일본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쉬는 날 할 것이 없어서 라는 여러 핑계로 하루에 몇 시간을 애니메이션만 봤다. 그리고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귀멸의 칼날에 관련해서는, 만화책까지 사서 읽을 정도로 팬이 되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무작정 보기만 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다시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왜 일본에는 오타구가 많을까? 일본 국내총생산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5%(2017년)다. 일본의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신문에서 일본의 내수는 튼튼하다는 식의 글을 읽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일본의 내수가 튼튼한 이유가, 메이드인 재팬에 대한 사랑이 큰 것 같다. 일하면서도, 일본인들의 일본제 사랑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중국제라고 하면 구매하기를 주저하고, 일본제라고 하면 "역시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식으로 구매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제품에 대해, 한국 사람들에게 메이드인 코리아입니다 라고 했을 때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예전에 비해 한국인의 한국 제품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아 한국 제품이니깐 좋을 것이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일본인들의 무차별적인 자국 제품에 대한 사랑보다는 덜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왜 일본에 오타구가 많을까? 라는 질문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가?

팩트에 기인하지 않지만, 나의 이러한 연쇄적인 생각의 결론을 내보자. 이러한 일본의 제품은 일본인들의 정성과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러한 제품을 제조하고 파는 것도 결국 평범한 일본인이다. 일본도 한국 못지 않게 일을 비효율적으로 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월 241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295만명이라니.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9시간이라고 하면, 대략 27일을 일하는 것으로 계산이 된다.

 

 

한국의 갑을 관계처럼 일본에도 갑을 관계가 있고, 특히 내가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을의 처지에 있는 사람은 철저하게 을인 것 같다. 일본이 자랑하는 문화인 오모테나시(表し)라는 문화가 있다. 오모테나시는 '대접', '환대'를 뜻하는 일본의 단어인데, 일본의 서비스가 뛰어나다는 것도 이 오모테나시 문화에 기인한다. 외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을 극진하게 대접해서 (오모테나시) 일본 문화에 빠지게 만들자. 일본 문화를 사랑하게 만들자라는 식의 생각인데, 실제, 일본에 여행을 가서 이러한 일본인들의 친절함에 푹 빠져서 일본을 좋아하게 된 한국인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오모테나시는 결국 顧客は神様だ 즉 고객은 신이다 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처지는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춰서, 고객을 떠 받들어주고 결국 자신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저번 편에도 다뤘듯이 일본의 실질 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태에서, 이러한 서비스 업에서 일하는 자들 비단 서비스 업뿐만 아니라 고객이 되는 거래처 등에 이리 저리 치이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일본의 과잉 환대가 블랙 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결국, 사회에 이리저리 치이고 나서 나는 무엇일까, 나는 왜 사는 것일까. 공허한 마음과 함께 집에 돌아 왔을 때, 그들을 말없이 반겨주는 것바로 이 애니메이션인 것이다. (이렇게 직장인뿐만 아니라, 저번 편에서 언급한 공기 사회에서 자기의 의견을 마음껏 낼 수 없는 사회에서 답답함을 끌어 안고 집에 왔을 때 자신을 반겨주는 것이 애니메이션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다 비슷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점점 성장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캐릭터들, 주인공은 선함 그 자체이고 악당들을 멋지게 물리친다. 마음이 텅 비어있는 그들에게, 이러한 애니메이션들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마음을 감싸주는 존재이자 자신에게 없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돌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캐릭터들을 하나씩 하나씩 모아서 집에 장식하면서 텅빈 마음을 대리 만족시키는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도 자연스럽게 이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오모테나시 문화의 정점에 있다는 일본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공허함과 함께 집에 터덜터덜 놀아온다. 밥만 먹기에는 심심하고, 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다. 캐릭터를 모우고 그렇지는 않았지만,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세계 생활에 등장하는 아래의 캐릭터 렘 (일본에서는 레무라고 한다)을 보면서, 아 이렇게 맹목적으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보면서 또 참 재미있게 느낀 적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서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저급하다는 생각도 있고, 또 그렇게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생각 등 여러 생각에 기인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참 감정 표현이 많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서투른 감정 표현을 대리 만족 시켜주기 때문에 인기 있다는 분석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와 문맥이 비슷하게 한국 드라마도, 그러한 일본인들의 마음을 대리 만족시켜줘서 인기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특히, 소재의 다양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점점 내용이나 캐릭터가 진부하게 느껴진다. 캐릭터들의 특성이 대체로 비슷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점점 성장하는 주인공,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 바보처럼 선을 무작정 행하는 주인공 이러한 주인공의 특성만 떠올려봐도 원피스의 루피, 나루토의 나루토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가진 주인공이 다른 애니메이션에도 많이 등장한다. 배경이나 소재가 다르더라도, 결국 그러한 주인공의 특성으로 스토리 전개가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버린다. (물론 이러한 예에서 벗어난 캐릭터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부분이 안타깝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뛰어나다. 하지만 자국 애니메이션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여러 도전을 하지 않으면 결국 일본의 다른 여러 문화처럼 갈라파고스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도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아쉽다. 세계와 합작해라! 일본 애니메이션.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2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애니메이션

(뇌피셜, 경험에 관한 글 전혀 분석된 글이 아님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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