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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4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외로운 나라 일본

도쿄뱅 2020. 10. 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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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4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외로운 나라 일본



그렇다. 오늘의 주제는 외로운 국가 일본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외롭다. 가족, 친구를 모두 모국에 두고 혼자서 외국에서 일을 하며 살아 간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자들이라면, 외노자의 삶을 추천하겠지만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외노자의 삶을 걷기를 원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일본에서 말이다. 

 

일본에는 建前(타테마에)와 本音(혼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에 대한 사람의 감정과 태도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종종, 일본인론에서 발견되는 단어이다. 타테마에는 인사치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너무 즐거웠어! 또 만나자~ 또 연락할게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혼네는 그와 반대이다. 마음,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은 이런 타테마에와 혼네의 차이가 심하다. 그래서, 타테마에를 벗겨내고 혼네로 친해지면, '신뢰'를 바탕으로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어렵다. 

 

 

 

 

일본에 단기간 여행을 갔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타테마에를 단순히 일본인들의 친절함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한국에 없는 특색 있는 일본 문화에 빠져서 일본은 한 번 빠지면 몇 번이고 가게되는 매력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인들의 친절함을 칭찬하기도 하는데, 장기간 일본에 살아보면 한국인들보다 일본인들이 훨씬 친절한가? 라는 의문이 든 적도 있다. 지금은, 별 차이 없구만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에 6개월간 단기 유학을 간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타테마에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교류 파티에서 만났을 때 "같이 놀자" 등의 식으로 겉으로는 즐거운 척 이야기하지만, 연락하면 답장이 며칠이 지나서 오는 사람이 많았다.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을 때도 일본어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것도 생각해보면 타테마에의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타테마에의 문화가 일본에서 일하면서도 계속 느껴지기 때문에 더 외로운 것 같다. 아직 언어적으로 네이티브와 동급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과 완전히 자유자재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이야기할 정도의 일본어 수준이다. 

 

하지만, 즐겁게 웃으면서 같이 놀자고 이야기를 들어도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만날 때마다 꼭 놀자 라는 빗 좋은 개살구 같은 말을 들으면, 그것이 결국 타테마에에 불과하고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장점도 있다. 그들은 거리를 지키기 때문에 선을 잘 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얼굴이 어떤가, 키가 어떤가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회사에서는 서로의 사적 영역을 침범해서 함부로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학 동기 누나한테도 일보다는 그러한 인간관계에 대한 답답함 때문에 퇴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들은 적이 있다. (그 누나는 정말 착한 누나다.) 하지만 내가 일본에서 살면서, 그러한 사적인 영역에 침범을 당해서 인간 관계 때문에 힘든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러한 냉정한 거리, 겉으로는 웃지만 결국에는 관심이 없는 그러한 거리가 사람을 정말 외롭게 한다. 특히, 이것이 일본인과 비교해서 감정 표출이 자연스럽고 이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느끼기에는 일본은 참 외로운 나라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 또는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라면, 타테마에는 자신과 상대와의 생각 차이를, 상대에게 불쾌함을 전하지 않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

 

비단 혼네와 타테마에의 문화만으로 일본을 외로운 나라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본의 청년들에게는 꿈이 있는가? 응? 뜬금없이 꿈에 대한 이야기라니. 한국에 있을 때는 친구들과 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현재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바뀌어가기를, 바꿔보자 라는 식으로 허무맹랑한 소리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꿈에 대해 물어보면 꿈이 별로 없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가도 잘 모를 때도 많다.

 

필자 : 꿈이 뭐야? 장래 뭐하고 싶어?

일본인 지인 : 뭐든지 좋아. 꿈? 잘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물론 꿈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지금 회사에서 식품쪽에서 일하는 동기가 있는데, 여기서 일을 배워서 언젠가는 자기만의 케익점을 차리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동기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참 많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이해가 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동기를 다른 많은 동기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동기가 특수했다. 뭘 하고 싶은지 딱히 생각하지 않고 꿈 = 일이 되어버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가끔 나는 회사에서 이런 것을 해보고 싶어, 미래에는 이런 것을 해보고 싶어 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렇게 꿈을 이야기 하지 못하는 나라, 참 외롭다. 꿈을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그 꿈을 위해 달려가는 것, 생각만해도 재미있고 가슴 뛴다. 그러나, 지금 현재 일본 사회을 향해 불만을 가지고 있어도 그러려니, 현재 일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즐거울까? 결국 내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시스템 관련해서 이야기 했듯이, 일본의 시스템은 멈춰져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한국은 이렇게 하고 있고, 이런 시스템으로 좀 더 발전해야하지 않을까? 일본인 동기들한테 이야기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그들에게는 '불만'으로 들리고, 타테마에 때문에 직설적으로 이야기는 못하더라도 넌 그러면 왜 일본에 있는거야? 한국 돌아가면 되지 라는 뉘앙스로 말을 돌려서 말한 적도 있다. 이런 식으로 꿈을 잃게 되는 것에는 일본의 포텐셜 채용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바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반면, 일본은 포텐셜, 즉 스펙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능성을 보고 채용하는 시스템이다. 포텐셜 채용 자체는 좋은 취지지만, '종합직'이라는 명목으로 종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시키기 때문에, 전문성이 결여된다. 종합적인 사고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예를 들어 몇 년 후 마케팅직, 기획직과 같은 하나의 분야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사람은 마케팅과 기획을 잘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기도 하다. ( 마케팅직 5년차와 종합직 4년차 + 마케팅직 1년차 누가 더 퍼포먼스가 좋을까? 일본에서도 이러한 일본 채용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을 품고, job型 즉 미국식 채용을 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포텐셜을 보고 내정을 받고, 종합적으로 여러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직무로 전환되기 전에 이 기간을 참는 기간 즉, 불평하면 안되는 기간이 되고 별 의미가 없는 일을 하더라도 이 일은 의미가 있다는 동기부여(?)를 하면서 점점 꿈을 잃어하는 것이다. (뭔가, 군대 같지 않는가? 인상적이게도, 많은 일본 기업은 대학생 때 스포츠를 한 사람들을 선호해서 채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사회 생활을 미리 경험하고 힘든 일을 해도 잘 참아서 그런 것 같다. ) 이 일은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어릴 적 꿈꿔왔던 일이 아니라는 것은 마음에서 이미 마음으로는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외에도 왜 일본이 외로운 국가인가 데이터를 보자면, 자선단체 Charities Aid Foundation(CAF)이 이웃돕기, 기부, 자원봉사의 3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각국별로 정리하여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144개국 중 128위였다.

 

 

하지만, 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 1위인 한국. 그 나라의 국민으로서 일본을 외로운 나라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꿈을 위해서 무한 스펙 경쟁을 하면서 서로를 헐 뜯고, 남이 잘되면 배를 아파한다. 가끔은 일본의 悟り世代 즉 달관 세대가 부럽다. 그들은 열심히 저축도, 꿈을 위해 힘들게 힘들게 뛰어가지 않는다. 돈 벌어서 사고 싶은 것 사고, 월세에 살면서,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니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 둘다 양극단에 치달아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2019년 자료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4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외로운 나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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