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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1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시스템

도쿄뱅 2020. 9.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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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자! 라는 일념으로 이 글의 연재를 시작한다. 우선 올해 안에 50화까지 쓰는 것을 목표로~ 무작정 50화까지 달려보자.

 

(참고로, 20대 청년의 경험에 기반한 글이다. 예리한 통찰과 분석을 기대하지 않도록)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1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시스템

한국인들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일본을 구조화하는 시스템은? 내가 느끼는 일본 시스템을 간단하게 말하면 "멈춰있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유튜브에 '일본 버블 경제'라고 검색해보면, 그때 일본이 얼마나 강력하고 화려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난 어릴 적 '일본제'라고 하면 좋은 물건이라, 비싸다는 식으로 어른들한테 많이 들었고, 체감해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일본제 = 좋은 물건이라는 인식이 예전보다 사라지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세계를 호령하던 히타치, 샤프, 파나소닉과 같은 전자제품보다 삼성, LG 등 한국의 제품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실질임금에 대해 검색해보면 점점 추락하는 추세이다. 

반년간의 유학 경험,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 살아보니 일본=부유국이라는 나라가  옛말처럼 느껴진다. 가끔 일본이 더 잘 산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일본인들이 있는데, 과연 GDP가 그 나라의 부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일까? 오히려 한국의 중산층이 더 잘 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실제로 아베가 집권하면서 일본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고, 중산층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을 종합하면 결국 일본 시스템이 멈춰있다는 말과 연결된다. 

 

시대는 나아가고 있는데, 일본의 시스템은 멈춰 있으니 답답한 것이 많다. 행정처리에서 아직도 도장이 필요하거나, 은행에서 카드를 만들어도 일주일 정도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등. 일본의 문화로써, 하나하나 제대로 처리하기 위한(?) 과정일지 모르겠지만, 빨리 빨리 문화에 적응된 한국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느리게 느껴진다. 일본에서 살다보면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머리에 떠오른다. 精度、スピード 즉 정도(정밀도), 스피드이다. 일본은 개인적으로 이 '정도'에 특화된 나라라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인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것이, 코로나로 인한 지원금이다. 한국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며칠이 되지 않아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본에서 대략 한 달 걸렸는데, 이것도 빠른 편이었던 것이다. 1~2달 이상 걸린 사람도 많으니, 얼마나 일본의 행정 속도가 느린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일본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빨리하게 하는 기술력이 없는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QR 코드'나 '비트코인' 등 여러 우수한 기술이 일본에서 탄생했다. 아무리 삼성과 LG 등 한국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기술이 하등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관련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잘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알아주는 여러 유명 제조 기업들이 여전히 많고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다. 경험주의자답게 예를 들어서 이야기 해보겠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도 동기들이 백화점 매장에서 본배속을 받았다. 여기서 본배속이라고 하면 연수를 끝나고 해당 매장에 소속되는 것이다. 다들 입을 모아서 하는 이야기가, 이대로는 백화점이 살아 남아 있을까 불안하다.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말하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한다. 여기서 일본의 사회, 시스템을 대표하는 '공기 사회'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일본에 'KY'라는 말이 있는데 무슨 말이냐 하면, 空気を読めない人 직역을 하면 공기를 읽지 못하는 사람, 번역하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본에는 그러한 공기 즉 분위기가 있는데 그 분위기를 읽어내지 못하면 결국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결국 동기들도, 개선할 점이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괜히 같이 일하는 상사들한테 미움을 받을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걱정을 끌어안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예가 비단 내가 일하는 곳만의 문제일까?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 집회 등을 보면서 깜짝 놀랜다. 그리고 그러한 뉴스들은 일본에서도 대대적으로 방송한다. 주변에 일본인 지인들도 물어본다. 한국은 집회나 데모가 많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렇게 의견을 잘 표출한다고. 일본에는 그러한 것이 거의 없다. 인터넷에 검색 결과 일본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주요한 큰 규모의 데모는 10건에 지나지 않는다. (1945년 이후) 한국은 얼마나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본보다 무조건 많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아래의 글은 한 일본이 한국말로 쓴 글이다. 가장 인상적인 말이 '데모 대국'이라는 것이다. (표현이 어색한 것으로 보아서 일본 분께서 쓰신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데모하는 것을 감정적인 것이라고 취급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민주주의에서 데모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 내용과 실제 어떤 식으로 데모를 행하는가가 중요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일본인들은 공기사회에서 감정을 발산하는 것보다는 억제하고, 무거운 공기에 억눌려서 살기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주변의 일본인들과 말해보면, 다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 대응에 얼마나 무능했는지, 그를 욕하지는 않은 사람이 없었다. 야후 재팬은 극우 세력으로 넘쳐나서 아베 총리의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자들도 많은데, 이때 그러한 자들도 뒤돌아섰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불만을 데모나 집회의 형식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http://egloos.zum.com/HisBallad/v/3832643

이렇게, 공기 사회로 일본의 시스템은 물론이고, 여러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다른 편에서도 다루도록 하겠다. '공기의 연구'라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책이 있으니, 일본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이번에 스가라는 자가 총리가 되었다. 관방장관 출신으로, 누구보다 아베를 따랐던 스가가 총리가 된 이후, 일본 사회는 변화할까? 지인한테 들은 스가에 대한 평가로는, 아베처럼 コネ 즉 뒷배가 든든했던 것도 아니고, 아무런 연줄 없이 이렇게 총리가 된 사람이라고 칭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 기대하는 일본인들도 많다. 일본을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아베의 정책 즉 DNA를 이어서 하겠다는 스가에게 그렇게 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번에 행정 업무 관련 대신(장관)으로 한 자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바로 이 사람. 일본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얼굴이 어디선가 익숙할 것이다. 외무 대신이었던 사람이라, 한일관계에 대한 보도를 할 때 꽤 언론에 얼굴이 비춰졌다. 이번에 도장 문화를 없겠다고 언급하면서, 일본인들도 도장 문화가 개선될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래되고, 느린 일본의 시스템. 이번에는 개혁에 성공하면서, 일본의 답답한 행정도 빨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될까? 빨라진다는 것이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예전 방식에 집착하면서 서비스의 질이 나아지지 않으면 그것은 좋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河野行政改革相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1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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