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8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 드라마

도쿄뱅 2020. 11. 1. 23:11
반응형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8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 드라마


20~30대의 한국 사람이라면,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적어도 한 편의 일본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나는 사촌형의 권유(?)로 중학생 때, 처음 입문한 일본 드라마가 H2 라는 야구 드라마이다. 야구에 전혀 관심 없는데, 이 드라마는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어떤 일본 드라마를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2017년에는 거의 매일 일본 드라마를 봤던 것 같다. <실연의 쇼콜라티에>, <도망가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한자와 나오키>, <파견의 품격> 등등. 사실 처음에는 일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봤지만, 소재의 다양성이나 한국 드라마와 다른 감정선 등의 신선함으로 푹 빠져서 한동안 일본 드라마에 푹 빠져 살았다. 하지만, 일본에 와서 살면서 여러 드라마가 방영되면 자연스럽게 보지 않게 되고, 넷플릭스를 통해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 일본어를 더욱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되어, 한국어를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어색하게 될 때까지 한국 드라마를 보지 말자는 다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일본 드라마를 멀리하고 있는가?

이건 2020년 11월 1일자 오늘 일본의 TOP 10 콘텐츠다.

한 때는 한국 드라마와 비교해서 일본 드라마의 소재의 다양성이 일본 드라마의 큰 특징이었다. 각종 의학 드라마, 스릴러물, 학원물 등 대표적인 장르가 있고 그 대표적인 장르에서도 세부적으로 갈래로 나눠지면서 한국 드라마에서 느끼지 못하는 '신선함'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자와 나오키>를 보면 은행의 업무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업계에서의 여러가지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육왕>, <변두리 로켓> 같은 드라마를 봐도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소재의 드라마가 있다. (한국 또한 여러 소재의 드라마를 만들면서, 더이상 소재의 한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이런 소재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 일본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되는 원인인 것 같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실제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위의 두번째 사진만 봐도, 일본 넷플릭스에서 오늘 일본의 TOP 10 콘텐츠에 한국 드라마가 5,6,7,8위로 4편이나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TOP 10 콘텐츠에서 일본 드라마는? 한 편도 없다.(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도 여전히 인기다.) 일본에 와서 새롭게 본 일본 드라마가 두 편이 있는데, 파견의 품격2와 한자와 나오키2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꽤나 흘러서 시즌2가 제작되었다. 두 작품은 시즌1 때 큰 인기를 끌어서, 시즌2로 제작된 것이다. 이 두 작품을 보면서, 결정적으로 일본 드라마가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파견의 품격2의 경우, 시즌 1와 내용 전개가 거의 비슷했다. 시즌1를 봤을 때는 신선했던 것이, 시즌2에서는 또 이런 전개인가? 라는 진부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여전히 문제가 되는, 오버스럽고 만화 같은 연기로 실제 일본에서 일하면서 현실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름 교훈을 주려고 하는데, 그런 교훈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IT 후진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이, IT로 인해 인간성이 상실되면 일본 침몰이 온다고? IT 선진국이 모든 것이 IT화 돼서 그런 걱정을 하면 이해가 되는데, 아직 전혀 발전도 되지 않은 곳이 그것에 대해 걱정을 한다는 것이 위화감이 느껴졌다. 한자와 시즌2는 그래도 파견의 품격2보다 훨씬 몰입도 있고 재미있게 봤지만, 파견의 품격2를 볼 때 비판적으로 느껴진 것이 한자와 시즌2를 보면서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일본 드라마의 한계는 나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일본 드라마만 일본어로 검색을 하더라도 일본 드라마 재미없다라는 키워드가 바로 나온다. 이것만 봐도, 일본인들이 자국 드라마에 대해 이미 한계를 느끼고 있는 증거 아닐까?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용해보겠다.

 

ネット上だと「金がないからだ」とか、「演技力不足の役者が顔で選ばれるから」と言われていますが、そうとも言い切れないのが実情だと思います。

인터넷 상에서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연기력 부족, 얼굴로 선택하기 때문에"라고 언급되는데, 그렇다고는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한 일본인의 의견입니다.

1)제작비가 없다
일본 드라마에 관해서, 「제작비가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라고 하는 의견.
확실히 얼핏 보면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본 드라마에 드는 제작비는 1편의 드라마에 2,000만엔에서 4,000만엔 정도인데 반해, 해외 드라마의 제작비는 드라마 1회에 1억에서 3억엔가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해외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1회에만 1억엔 정도를 쓰고 있어요. 가령 1시즌 10화였다면 제작비는 100억엔 이상! 해외 드라마에 비하면 확실히 일본드라마 제작비는 새발의 피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만에도, 한 기사에 따르면 16부작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가 약 11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대체로 10~11부작인데, 그렇다면 한 편에 대략 40억원이 들어가고 만약 16부작으로 계산하면, 대략 64억원이고(환율로 따지면 더 나오겠지만) 일본의 비싼 인건비를 생각해보면 실제 드라마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예로  일본의 애니메이션만 봐도 실사화한 것처럼 대단한 장면들이 많은데 드라마의 CG는 어색할 때가 많았다. (누가봐도 CG인 느낌)  

2)연출이 나쁘다
일본 배우 중에도 연기력 있는 배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출이 이상해서 작품 전체의 균형이 깨져 배우의 연기력을 죽여버린 작품이 많이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요? 가령 배우에게 무리하게 코믹한 연기를 시켜 웃음을 취하려고 하거나, 무리하게 코미디식으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난센스 드라마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배우의 연기력을 죽이는 것에 해당합니다. 

3)각본이 경박하다.
이어 꼽히는 일본드라마의 문제점은 각본이 재미없다는 것.사무실에서 밀고 있는 배우 위주로 드라마 내용을 구성하기를 원해서,제대로 각본을 짜내려는 각본가가 적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혹은 각본가가 제대로 각본을 써도 방송국의 사정으로 내용을 바꿔버려서, 시시하게 되어 버리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시청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고 하는 작품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본 배우의 연기력 문제보다는 연출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확실히 파견의 품격 시즌1에서 연기를 잘한다고 느낀 한 배우의 연기가, 시즌2에서는 어색하게 느껴진 것은 그 사람의 연기력보다는 연출을 그런 식으로 지시 받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일본인들도 실제 현실과 다른 어색한 연출에 대해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또 아무리 연출을 잘하더라도, 각본 자체가 형편이 없다면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없다. 위의 글은 전문가가 쓴 글보다는, 나 같은 평범한 인간이 쓴 글에 불과해서 신빙성이 떨어지는데, 그렇다면 한 작가 분이 쓴 일본 드라마에 대한 지적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본 드라마라는 것은 세계의 현재 조류에 극히 특수한 존재가 되어 있다. 예를 들면 1회당 제작비가 3000만엔 든다고 하면, 그것으로 10회를 만들면 3억엔이 된다. 보통이라면 3억엔짜리 재미난 것을 만들어 여러 형태로 팔아 10억엔짜리 매출을 올릴 생각을 한다. 실제로 미국 혹은 아시아, 한국 TV드라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부작 드라마를 월드마켓에 내놓거나 동남아에서 판매해 몇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그래서 주연 배우에게는 1회 3000만엔 베이스로 개런티를 제시할 수 있다. 이병헌 반이 되면 편당 1억엔을 낼 수 있다.

한편, 일부를 제외하고 일본의 TV드라마는 일본 국내에서의 시청률 획득, 나아가서는 스폰서로부터의 자금 획득밖에 염두에 두지 않으며, 2차이용이라고 해도 재방송, 혹은 DVD판매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비단 드라마의 문제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역시 하나를 보면 때로는 다른 문제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의 아이돌만 봐도, 세계로 뻗어나기 위한 아이돌이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 잘 수요될 아이돌을 만들어낸다. 물론 일본 내수가 튼튼하기 때문에 굳이 한국처럼 해외로 뻗어나가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시장의 초점이 결국 자국에 맞춰지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국내에서 팔릴말한 것만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일본 아이돌이 세계로 만약 진출해도 먹히지 못하는 이유이고 비슷한 맥락에서 일본 드라마도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일본 국내에서의 시청률 획득, 스폰서에게 자금 획득 등 자국에서의 수요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함이 사리지고 뻔한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캐스팅의 주도권이 방송사가 아닌 대형기획사에 있다는 점이다. 연기를 할 수 있든지 말든지 상관없다.이 탤런트로 이런 스토리로 가고 싶다. 이른바 프로덕션에 의한 「행정」으로 정해져 간다. BS드라마가 두드러지는데 일부 대형기획사의 입김이 가는 배우만 캐스팅되고 있다. 프로덕션 주도로 캐스팅이 결정되는 것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행정 혹은 사무소 행정으로 불린다.

원래 캐스팅-배역은 드라마의 근간과 관련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영화나 장편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우선 각본이 있고 배역을 정하기 위한 오디션이 진행된다.유명무명을 막론하고 배우는 그 오디션을 보고 역할에 맞는지를 제작자가 판단하게 된다. 그러므로, 일본과 자꾸자꾸 차이가 벌어져 간다.미국의 경우 좋은 배역을 잡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그래서 배우도 노력한다.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역할에 맞든 안 맞든 상관없다. 프로덕션의 역학관계에서 배역이 정해지니까.

또한 프로덕션측에서, 미리 역할에 대해 규제가 들어오는 일도 많다. 키스신부터 사무소 NG가 들어가는 배우가 많다.젊은이라면 몰라도 어느 일정 이상의 남녀를 그리는 데 키스신이 안 된다는 건 좀 그렇다. 심지어는 상반신 노출 NG라고 하는 남성 배우도 있다. 특별히 일부러 벗기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줄거리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장면이 되는 것도 안 된다. 서른 넘은 그런 남자 배우가 주연을 맡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찾아도 일본 정도밖에 없다. 프로덕션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서 대본을 고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떤 배우가 등장하는 신이 적다고 하는 클레임이 그 소속 프로덕션으로부터 나오는 일이 있다. 그러면 그 배우의 차례를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그래서 원래 등장인물들이 일대일로 마주하는 긴박한 장면이 일대일로 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프로덕션에서 저쪽에서 등장신이 늘었으면 이쪽도 늘려 달라는 얘기가 오고 결국 1 대 3이 되고 만다.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재미있는 것이 만들어질 리 없다. 제대로 된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은 일본 TV드라마를 보지 않게 된다.당연히 시청률이 떨어진다.

일본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많다. 하지만 티비를 틀면, 얼굴은 예쁘고 잘생기더라도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배우들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대형기획사의 입김이 작용해서 연기력 부족 논란 같은 문제가 발생한 적이 많은데,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위의 글을 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기획사의 차이에 대해서 궁금하게 되었다.) 그래도 한국은 위에서 적힌 것처럼 기획사의 무지막지한 간섭은 없을 것 같은데, 일본은 심한가보다.

 

이외에도, 예전부터 인기 있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에 흥미가 점점 떨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범죄물이라고 하더라도 해결 과정이 똑같다는 것이다. 비단 드라마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코난 등도 생각해보자. 난 박수를 칠 때 떠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에는 그러한 것이 잘 없다고 느껴진다. 유희왕이나 포켓몬스터도 그러하겠다. 기존에 성공해왔던 것을 바탕으로 계속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성공은 박수칠만하다.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를 떠나서, 질질 끌면서 갖은 욕을 먹고 있는 원피스보다 의미 없는 스토리를 빼고 빠른 전개로 잘 마무리한 귀멸의 칼날은, 일본에서도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드라마도 이러한 귀멸의 칼날의 성공을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일본 드라마의 문제점은 드라마 자체의 문제점도 있겠지만, 유튜브의 영향 등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존 드라마의 수요에 대한 변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드라마가 예전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신선한 일본 드라마가 많다는 점은 꼭 이야기 하고 싶다. 여전히 한국 드라마의 문제인 사랑 이야기로 모든 것이 관철되는 단점을 떠나서 일본의 한자와 나오키, 육왕, 변두리 로켓 등의 드라마를 보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직업들의 직업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처럼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니라, 점잖고 잔잔한 사랑을 도망가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었고 힘든 시기를 보낸 나에게 큰 힐링이 되었다. 일본 드라마도 세계를 무대로 해서, 여러 재미있는 도전을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푹 빠지는 일본 드라마가 앞으로도 생기기를!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8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 드라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