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9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크리스마스

도쿄뱅 2020. 12. 14. 11:34
반응형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7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크리스마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마음이 이상하게 들뜨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그러한 들뜲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장식된 나무들을 보면 지친 마음이 위안을 받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일본의 크리스마스는 어떠한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이번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일본은 크리스마스에도 일해야 한다?!

12월에 일본에 여행을 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일본은 성대하게 일루미네이션을 준비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본 일루미네이션보다 일본에서 본 일루미네이션이 훨씬 아름다웠다. 이 시즌에 도쿄에서 미드 타운, 에비스 쪽만 가봐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것은, 일본은 12월 25일이 공휴일이 아니다. 그토록 성대하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면서도 쉬는 날이 아니라고? TV나 인터넷만 봐도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광고들이 줄을 잇는데, 공휴일이 아닌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고 있다.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는 왜 공휴일이 아닌 걸까요? 원래라면 공휴일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되지 않는 이유는 크리스마스가 종교적인 행사이기 때문이에요. (일본) 헌법 제20조에 종교의 자유에 관한 규정이 기재되어 있지만, 거기에 국가나 종교는 어떠한 종교에도 특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원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관련된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정해 버리면 국가가 기독교에 특권을 부여하게 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삼을 수 없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위와 같이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되지 않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헌법 20조의 조문을 게재하겠습니다.
신교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이를 보장한다. 어떤 종교단체도 국가로부터 특권을 받거나 정치적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누구라도 종교상의 행위, 축전, 의식 또는 행사에 참가하도록 강제받지 않는다. 국가 및 그 기관은 종교교육 및 그 밖에 어떠한 종교적 활동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인용처 : https://ja.wikipedia.org

위와 같이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정하면 위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 기독교가 침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은 전혀 관계없고, 단순히 그것이 위헌이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출처 : http://lovetalk-info.com/christmas-holiday/#i-2

쉽게 말해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만약 공휴일로 지정해버리면 어떠한 종교에도 특권을 주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과 위배되기 때문에 공휴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도 12월 25일이 공휴일이었던 적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종전에는 일본도 12월 25일이 공휴일이 되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관계있었던 것은 아니다. 12월 25일 다이쇼 일왕이 사망하고, 다이쇼 일왕 축제로 공휴일로 지정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패전 이후에는 일왕을 신격화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자연스럽게 25일은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과거에 일본도 크리스마스에 공휴일이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우연히 다이쇼 일왕이 사망한 날이 12월 25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공휴일을 보면, 일왕 탄생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계속 사신 분이라면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쉬는 날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공휴일이 아니다. (자료 조사에 따르면, 대만도 12월 25일에 쉬긴 쉬는데 크리스마스라서 쉬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날 즉 제헌절이라서 쉰다고 한다.) 

 

일본의 크리스마스의 특징은? 

크리스마스는 연인끼리 보내는 날

일본의 크리스마스의 특징은 여러 가지 있다. 그리고 꽤 한국이랑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소개하도록 하겠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크리스마스는 연인끼리 보낸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족과 축하하며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반대로 그믐날을 연인과 보낸다고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마도 여러 기업의 상업적인 전략에 의해, 연인끼리 보내는 날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하는 것이 신빙성이 크다. 실제로, 일본에도 연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가의 주얼리나 명품을 선물하는 사람이 많다.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치킨이지!!

한국인이라면, 크리스마스에 치킨? 위화감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들은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치킨을 시켜먹는다. 하지만 일본은 크리스마스는 치킨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크리스마스에 치킨 안할래? 라는 식의 광고를 TV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KFC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그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다.  2016년 BBC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매년 약 360만 가정이 크리스마스에 모여서 KFC 치킨을 먹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몰리다보니 몇 주 전부터 미리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고, 광고에서도 예약 가능합니다는 식으로 어필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 크리스마스 = 치킨이 되었을까? 검색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일본인이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게 된 이유는 '거짓말'이었다

가장 유력한 설은 한 남자에게서 시작한다. 1970년 일본에 처음 문을 연 KFC 1호점의 점장이었던 오오카와 다케시다. 지난 12월 22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일본판은 오오카와 다케시와의 팟캐스트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에는 KFC’의 전통은 ‘거짓말’에 의해 생겨났다.

1970년 일본 KFC 매장 1호점이 오픈한 후, 이 매장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일본인게 KFC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의 지붕과 영어 간판을 내건 가게”가 ”제과점인지, 이발소인지” 헷갈려했다. 그런데 매장 근처에 위치한 한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치킨을 주문했다. 이 유치원은 일본에서 흔치 않은 기독교계 유치원이었다. (당시 일본 내 기독교 인구는 2%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치원에서는 오오카와 다케시에게 치킨만 주문한 게 아니었다. 그에게 산타분장을 하고 와달라는 부탁도 했다. 오오카와는 산타옷을 입고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치킨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날의 파티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다른 유치원에서도 오오카와에게 ‘산타‘와 ‘치킨‘을 주문한 것이다. 오오카와는 아예 매장 앞에 세워놓은 커널 샌더스 모형에도 산타옷을 입혔다. 그리고 거짓말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는다”는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이 이어지면서 오오카와는 일본 NHK와 인터뷰까지 하게 된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서양에서는 프라이드치킨이 정말 크리스마스의 일반적인 관습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오오카와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오오카와는 그때를 떠올리며 ”(사실) 미국에서는 치킨 대신 칠면조 요리를 먹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했다”며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오오카와의 거짓말 덕분에 일본 KFC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다. 1974년부터는 일본 전역에서 KFC의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10년 후, 오오카와 다케시는 일본 KFC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일본 크리스마스의 전통은 그렇게 시작됐다.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2051e2e4b08aaf7a8a5673

 

크리스마스는 케익이지!

이 또한 밸런타인데이, 빼빼로 데이 같은 기업의 상업적인 전략에 의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케이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빨간 딸기가 올려져 있는 생크림 케이크. 가족끼리는 하나의 케이크, 혼자서는 조각 케이크를.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부시 드 노엘을 먹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 이러한 케이크를 크리스마스에 먹는 것을 보면 신기해한다고 한다. 

부시 드 노엘

이외에도 일본에서는 버블기의 인기 드라마나 야마시타 타츠로나 마츠토야 유미의 음악의 영향이 있어,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한층 고조되는 날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역시 어렌지 즉, 일본화를 참 잘하는 나라이다. 그것이 국민의 특성인지 상업화를 잘하는 기업들의 전략인지는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일본 특유의 크리스마스 문화가 있고, 그것이 한국의 크리스마스 문화와 엄청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연말 시즌에 선물 사러 백화점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일본도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즐거워하는데, 왜 불쌍하게 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나는 백화점에서 일하기 때문에 일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상, 오늘의 내가 내일이 된다 (9편) 경험주의자의 일본살이 - 일본의 크리스마스를 마치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