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_일본 살이 내가 해방된 것 마지막 화 (총 3회)
나로부터의 해방
이번 화는 나의 해방일지, 마지막화이다. 내가 일본에 와서 해방된 것 중 하나가 '나로부터의 해방'이다. 인간이기에, 나를 자각하지 않고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채색해 온 나를 다른 면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까지 내가 바라본 나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말이 조금 더 옳을 수 있겠다.
키가 작다, 긴장을 잘한다, 발표를 못한다 등 내가 나를 정의하고 이로 인해 오히려 자신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발표를 맡게 되면 괜히 긴장하게 되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남들보다 발표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저 보통의 발표자이다. 하지만 나를 발표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서, 파블로프의 개 실험 발표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극도의 긴장을 하며 실제로 발표를 잘못하고는 했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라는 반문을 점점 던지면서 이제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것을 굳이 함부로 정의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까 예를 들은 발표도 그저 보통 수준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내가 나를 정의한 것과 마찬가지로, 남들의 생각, 말, 감정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얼마나 나는 그것들을 되새김질하며 그들의 이미지를 함부로 결정해 왔는가. 그저 장난으로 하는 말, 의미 없는 말들은 말 그대로 부유하여 결국 사라지게 될 말인데 그 말들로 내가 나를 찔러 피를 흘리게 만들고 그들을 가해자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왔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강박적인 생각과 이로 인해 겹쳐지는 이미지가 떠오를 때 나는 생각을 멈추고, 나에게 그러했듯이 다시 반문한다. 정말 그러하냐. 그러면서 남을, 나를 괴롭히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내가, 남이 배설한 여러 언어,생각들이 만들어온 뾰족한 쇠창살의 감옥을 만든 사람은 결국 '나'이다. 그렇다고 나를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자가 나라면 이를 해체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 쇠창살이 단순히 일자형인가 십자형인가 그 십자형도 촘촘한 십자형인가 잘 알지는 모르겠다. 또 그 쇠창살의 두께 또한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가둔 것들을 낯설게 인식하면서 그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느리지만 하나하나씩 천천히 허물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나는 왜 그럴까라고 나 자체를 부정해 오고 도피하고 외면했다면 이를 정면으로 마주 보려고 한다.
해방이라는 단어를 보면 주체적인 의지가 있다. 주체가 되고 싶다는 의지. 해방운동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봐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수 없다. 그리고 과거의 영향이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전혀 주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기억은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기분에 따라서도 그 과거의 색채가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결국 그 과거를 재정의 내릴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자친구도 근 1년 동안 없고, 또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직을 했기 때문에 지인의 수도 적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에 이런저런 혼자만의 생각이 많아진다.
때로는 갇혀있는 내가 나타나 고독과 외로움으로 공허라는 가시를 낳으며 나를 다시 찌르지만, 이를 꺽고 이겨내려는 해방투사인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 강하게 지탱해 주는 모습이 빈번히 보인다.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본 지도 대략 3개월이 지났지만 여러 대사들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역시 가장 인상에 남는 명대사는 나를 추앙해 달라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면, 해방을 위해 필요한 것이 추앙 아닐까 싶다. 올해 남은 나날들은 나를 추앙하는 시간들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그리고 연말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자신 있게 해방했다!라고 외칠 수 있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GZpFsXaePIU&t=719s
나의 해방일지_일본 살이 마지막화 내가 해방된 것 (총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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