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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전 일본살이 일기] 일본에서 맞는 세 번째 추석

도쿄뱅 2021. 9. 2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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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전 일본살이 일기] 일본에서 맞는 세 번째 추석


내일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일본도 오봉이라는 추석이 있는데, 한 달 전의 이야기이다. 

 

시간 참 빠르다. 작년 2월에 한국에 돌아갔다가, 그 이후로 한국에 못 간지 어느덧 1년하고 7개월. 지금 내 느낌은, 마치 군대에서 휴가를 1년 넘게 쓰지 못하고 갇혀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생활이 지속될수록, 가장 힘든 것은 내 글에서 몇번이나 이야기 했듯이 '외로움'인 것 같다. 

 

사실, 최근에 이별을 겪으면서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더 외로운 것인가 싶은가 생각을 했지만 여자친구가 있거나 없거나 외로운 것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더 깊게 허하고 덜 허하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즐겁게 추석을 맞이할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이상하게도 미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사람 참..

 

나는 이렇게 외로움에 허덕이고 있는데, 연락 한 통 없네 라는 서운함 감정이다. 정이 많은 나는, 인간관계에서 서운함도 잘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서운함이 미움이 돼서 증오하게 되고 그래서 관계의 단절을 많이 불러 일으킨 것 같다. 단순히 일어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면, 사건이 된다. 

 

상대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사실은 사실대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거기에 애써 어떠한 감정을 억지로 끼어넣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가족들을 떠올리며 생각할 것은 나 대신 즐겁게 추석을 보내기를  바랄 뿐이다.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내가 지금 느끼는 외로움은, 해외에서 혼자서 사는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굳이 외면할 필요도 밀어낼 필요도 없다. 

 

외로운 것은 외로운 것.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관계를 갈구하면서,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 만큼 불쌍한 것도 없다. 내 나이 30. 외로움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고, 가장 친한 친구로서 내 자신이 나를 묵묵하게 지켜봐주고 싶다. "잘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서 있는 것으로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언제까지 일본 살이가 계속 될지, 또 언제까지 인생을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끝이 있기에 아름답고 애처로운 것.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서, 이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을 다시 위로한다. 그리고 혹시나 일본에 살아가는 한국인들, 그 중에서도 외로움에 허덕이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처럼 외로움에 힘들어 하기도, 외로움을 친구 삼아서 지내는 '동지'가 있다는 것을. 

 

내일은 추석. 나에게 있어서는 그저 쉬는 날일 뿐. 그 이상의 의미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쓸데 없는 의미 부여는, 감정 이입은 자신을 힘들게 한다. 살아가자. 열심히 하자! 가 아니라 그냥 성실하게 차곡차곡 쌓아나아 가자. 그걸로 됐다. 

 


[2회전 일본살이 일기] 일본에서 맞는 세 번째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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