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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라이프 스타일

도쿄뱅 2020. 6. 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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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라이프 스타일 06/20

 

한포진,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손에 계속 나는 좁쌀만한 포진, 아직 그 증상이 나오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군대에서 이러한 현상이 처음 나타나고, 내 기억상으로는 포진은 생기지 않았고 손톱이 갈라졌었다. 그리고 군대를 전역하고 없어지는 가 싶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항상 같이 붙어있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은 그 증상이 심해져서, 손을 잘 쥐기 힘들 정도이고 보기에도 흉하다. 한포진은 완치가 불가능한 것 같다. 낫는가 싶더니 육류 위주의 식습관,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다시 손이 가려워지고 손을 자세히 보면 포진이 생겨난다.

 

난 어느순간부터, 내 몸에 일어나는 하나 하나의 현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유독 한포진이 심해진 요즘. 가만히 방치하면 더 심해질 것 같다는 걱정과 함께 이 증상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나혼자산다에서 유아인 편을 봤다. 난 유아인을 좋아한다. 연기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고, 비율도 좋고, 피부도 좋고, 패션센스도 좋고, 예술적인 감각도 있고, 글도 잘쓴다. 이렇게 그를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아인이 성공한 이유도, 자신만의 철학에 대한 고민과 이를 발현해온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아닐까. 

 

나혼자산다에서 그의 집이 등장했을 때, 방이 넓고 많아서 부럽기보다는 그의 방 하나하나에 그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이에 비해, 나의 방은 어떤가. 방의 크기와 상관없이 나만의 철학이 담겨 있는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는가? 어제도 난 별로 야키니쿠(고깃집)를 먹고 싶지 않았다. 근데 관리인 아저씨가 초대에 거절을 못하고 먹으러 갔고, 별로 즐겁지도 않은 자리에 참가를 했다. 사회생활이거니 하고 마지못해 갔지만, 요즘따라 이런 게 많았다.

 

거절을 못하고, 거절을 못하고 그렇게 나와 맞지 않은 식습관으로 내 손에 한포진이 심해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쓰고 싶은 글도, 하고 싶은 공부도 하지 못한채.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중이떠중이처럼 남들의 말에 매몰되고 있었다. 

 

난 홀로 일본에 왔고, 혼자다. 

 

외로운 것도 있겠지만 그러니깐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착하다. 따뜻하다. 친절하다로 나의 평판이 채워지고 있지만 그런데 내가 그리는, 그리고 싶은 나의 자화상은 그런 것인가? 난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친절을 베풀면 되는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따뜻하면 되는 것이다. 모두에게 맞추려고, 관심도 없는, 별로 의미도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발버둥치고 싶지 않다. 너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엇인가? 무작정 이 옷, 저 옷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옷은 내가 원하는 패션에 관한 철학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다시 고민하고 해체하고 또 해체해서 다시 나의 철학을 하나 쌓아가자. 나의 식습관, 나의 패션스타일, 나의 공부스타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말이다. 그리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자. 적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머리 속에 남는 것은 부유하는 생각이고 부유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고 사라지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도 쉬는 날에, 혼자서 있는 것을 선택했다. 

 

난 유아인처럼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유아인처럼 될 수도 없을 망정이고 그처럼 나는 그처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뚜렷한 사람이 되고 싶다. 29살. 내 라이프스타일을 재구축하는 나의 삶이라는 역사에 있어서 기록될 의미 있는 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난 두 번이나 거절했다. 나를 위해서 용기를 내어 거절한 나 자신에게 박수와 함께! 이것은 위대한 진보 중 하나! 재구축하자. 할 수 있다. 천천히. 여유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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