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9일 (월요일)
올해 중에서 가장 멍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난 여기에 왜 있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어제 여러 가지 사건이 복합적으로 일어났다. 최악이라면 최악인데, 나의 회복 탄력성이 강해졌는데 그러한 사건들이 잔상처럼 남아서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의 조각들보다는 사건들로 인해 발생된 근원적인 물음이 나를 멍하게 만든다.
난 왜 여기에 있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단순히, 성공하기 위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역시 이 물음에는 다시 머뭇거림이 있다. 글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 걸음.
헬스,골프,주식투자,일본어공부,블로그 등등 많은 것들을 하고 있지만 난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꿈이라는 게 있었다. PD라는 꿈. 콘텐츠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어떤가? 백화점이라는 곳에서 일하면서 문화를 발신하고 싶었다. 결국 일맥상통했다.
콘텐츠를 만들어서 -> 사람을 즐겁게하는 것.
문화를 발신해서 -> 사람을 즐겁게하는 것.
하지만 여기서 전제되는 것이, 그러면 너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문화를 발신할 때 기쁘고, 잘 할 수 있으냐 라는 것이다.
난 이게 지금 내가 멍하게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제 이상한 고객을 만났다. 종업원의 가족(?). 종업원 판매 기간 중에, 해당 종업원과 그 가족(?) 한 명이 왔고, 팬티를 사갔다. 종업원의 가족이라면 백화점이 어떤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는지 알 것이다. 하지만 태도는 무례 그 자체.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여기서 일해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일 끝날 떄라서, 집에 가는 길에 분노가 계속 치밀었다.
나는 즐겁지도, 또 즐거운 일을 발신하지도 못했다. 사실 나에게는 의미가... 의미가 없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곳에서.
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다시 하나부터 준비해야하는 것이 싫어서겠지. 교토대, 교토대학원까지 나와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동기가 식품관에서 레지 정산 업무를 중심으로 보면서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겠지. 생각해보면, 헤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그만두는 것 멈추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용기가 없으면 결국 불평불만하면서 하게되는, 이게 악순환인지 언젠가는 선순환이 될지는 확신은 없다.
취미로는 그러면 나는 내가 흥미있는 것을 찾아서 -> 콘텐츠화해서 -> 배포하면 사람을 즐겁게할 수 있다.
하지만 일하는 이상,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데 어떻게 일도 이런 구조화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일하면서 가장 흥미를 느끼는 일은 회사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돼서 자료 조사도 많이 하고, 이를 또 블로그에 올리면서 구조화 해야지. 그리고 내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점점 줄여나가야겠다.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위에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깐. 그런 것은 없다.
아픔은 참 좋은 공부다. 멍하게 되지만,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게 되고 정리하게 된다. 혼자 있자. 당분간. 혼자서 잘 생각해보자. 나아가기를 보다는 멈춰서 되돌아보자.
나를 기분 나쁘게 해준 자여, 고맙다. 덕분에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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