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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힘든가? 부제 : 사회인은 힘들어

도쿄뱅 2020. 12. 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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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6(수)

예전보다 요즘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나열해보자면,

 

- 연말연시 준비로 매장이 매우 바쁘다. 

- 바쁜데,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라서 성취감이 없다.

-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쉴 여유가 없고, 출근하고 끝날 때까지 가슴이 뜨겁다. (예전에는 순간순간만 그랬는데 지금은 계속)

- 명령 어투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런 사람이 매장에 있고 상사도 아니고 카운터 업무만 보는 사람이 나에게 명령을 한다. 

- 일에 대한 동기가 부족하다. 즐겁지 않다. 

 

이렇게 힘든 이유를 나열해보면서, 나름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려는 노력을 통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내 성격상 느끼는 피해의식인지 아니면 내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던지 말이다.

 

1. 연말연시 준비로 매장이 매우 바쁘다. 

지금 매장은 원래부터 바쁜 매장이었다. 백화점 안에서도 단가가 매우 싸고, 회전율이 높아서 남녀노소 구매하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크리스마스, 새해 등 시즌이라면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일본인 특성상 선물을 사러 오는 사람이 매우 많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매장의 매출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인원은 작년에 비해 적어졌다. 물론 입점 고객 수도 적어졌다고 하지만, 결국 적은 인원 수로 고객 상대 이외의 일 등의 작년과 똑같은 업무를 해야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가장 문제는 비효율적인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손으로 직접 써야하는 전표, 팩스, 도장 등 이게 과연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다. 디지털화를 목표로 하는 회사의 전략은 말로만 하는 것에 그치고, 오히려 여러 가지 디지털화된 것을  넣어버리니깐 업무는 많아지고 이에 따라 스트레스가 쌓여가기만 한다.

 

즉, 디지털화->이상한 업무 증가->기존의 업무는 그대로-> 업무 증가-> 비효율 발생-> 스트레스

 

2. 바쁜데,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라서 성취감이 없다.

손으로 쓰는 전표,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업무들이 쌓여있는 상태이고, 또 이런 업무가 백화점 업무에서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창고에서도 무엇이 팔려서 어떤 것이 재고가 부족한지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지, 재고가 충분하다면 충분한대로 물건을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식이다.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일을 하려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가 싶다. 머리를 쓰기는 쓴다. 두뇌 회전이 빠르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이 회사 체질 자체에 문제가 있다. 고객이 어떤 물건을 가져와서 새상품으로 달라고 하면,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 창고에 가서 확인해야한다. 이때, 빠르게 재고를 파악하기 위해 상품을 깨끗하게 정리해놓는다던가 하는데, 애초에 바로 재고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시간, 또 내가 물건을 가지러 가는 시간, 물건을 정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업무들을 하면서 한숨이 나오는 것이다.

 

3.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쉴 여유가 없고, 출근하고 끝날 때까지 가슴이 뜨겁다. (예전에는 순간순간만 그랬는데 지금은 계속)

특히 지금과 같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서 좋은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마음이 쉴 여유가 없고 긴장된 상태가 계속 유지되니깐 마음이 빨간 신호를 내보내듯이 가슴이 뜨겁다. 이게 내딴에 걱정이 된다.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몸이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 내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바쁘지도 않은 때에 그런 진단서를 봤으니 지금은 내 한계를 뛰어 넘은 느낌이 든다. 이대로 괜찮을까? 

 

4. 명령 어투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런 사람이 매장에 있고 상사도 아니고 카운터 업무만 보는 사람이 나에게 명령을 한다. 

내가 맡은 업무는 참 많다. 카운터에, 쇼핑백, 포장지 등 비품 발주 및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매일 비품실에 가서 보충을 하면 안될 정도로 회전율이 높다. 인스타그램을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데, 지금은 사진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 원래라면 기획을 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PDCA를 돌려야하는데 말이다. 이외에도 홈웨어라고 지금 매장에서 가장 잘팔리는 상품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상품군을 담당하고 있다. 통괄할 수 있는 능력을 뛰어넘은 상태인데, 내가 카운터 업무만 보는 사람이 아니거들 카운터를 전문(?)보는 한 아줌마한테 계속 명령질로 지시를 받고 있다. 나도 내가 그 사람의 만족치에 충족되지 않은 것을 알겠다. 그 사람은 카운터 업무만 보고 있으니, 카운터 업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여왕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나는 사원 너는 파견사원 이딴 것을 떠나서, 나는 업무가 카운터 업무 외에도 많다. 자연스럽게 일의 정밀도가 떨어진다. 하나하나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난 진작에 폭발했을 것이다.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지적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 말에도 일리가 있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상황을 모른 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깐 그 사람만 마주하면 피하고 싶고 지적질을 당해도 화가 나는 것이다.

 

5.  일에 대한 동기가 부족하다. 즐겁지 않다. 

내가 주로 담당하는 업무가 VMD라고 매장 VP 구성과 인스타그램 기획 및 운영이다. 그래도 이 업무들은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재미있게 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업무들을 전혀 할 수가 없다. 내가 서비스 잔업 즉 내 개인 시간을 할애해서는 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자연스럽게 일의 동기가 떨어진다. 단순 업무. 내가 과연 공장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왔는가 회의감이 든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봐도, 개선할 여지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역시 난 이 회사를 쉬는 것이, 그만두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 휴직을 할까? 그나저나, 역시 생각으로 그치는 것보다 이렇게 글로 써보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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