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일희일우 (一喜一憂)

오랜만에 쓰는 일기

도쿄뱅 2020. 4. 1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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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생각의 조각

 

떨어진 것을 예견했으면서도, 수 백 번 메일을 확인했던 바보 같은 내가 있다. 그리고 떨어졌음을 알려주는 메일이 끄끝내 왔고, 몇 번을 읽어도 메일 내용은 바뀌지 않음을 알면서도 몇 번을 읽었다.

 

자소서 -> 인적성 -> 수 차례 면접을 하는 과정은, 저번에 모에상이 말해준 것처럼 썸 타는 과정이랑 너무 비슷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대쉬를 하고 상대방도 반응이 괜찮으니 몇 번 더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둘다 마음이 일치하면 사귀게 되지만, 한쪽만 마음이 있다면 결국 사귀는 것에 실패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생겨버린 한쪽은 쉽게 그 상대를 놓을 수 없게 된다. 이미 안된 걸 알면서도 집착하고 또 집착한다. 이런 과정은 결국 좋은 결론이 날 수 없다. 상대방은 질린 상태이고, 집착한 사람의 마음은 너덜너덜하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진짜 끝이 났다는 것을.

 

다니는 회사가 있음에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일에 흥미를 못느껴서 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전직을 준비했지만 3차까지 갔던 곳에서 불합격이라는 연락이 왔다. 일본 회사는 대놓고 당신은 불합격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돌려서 말해주는데, 오히려 그게 더 기분이 나쁘다. 원래 취직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준비할 때 성공보다 실패를 많이 경험한다고 하지 않는가. 앞으로 한 단계의 면접만 더 봤으면 합격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잡힐 듯 말듯 아슬아슬한 단계에서 차이는 것은 꽤나 충격을 준다. 

 

사실, 합격해도 문제 아니었는가 생각을 했다. 법인 영업을 하는데, 아직도 일본어를 버벅거리고 잘 하지 못하는 내가 무슨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말인지. 그 부족함이 3차 면졉에서 여실히 들어난 것이다. 1,2차 면접을 녹음해서 들었을 때도,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느꼈다. 나의 무기라고는 백화점에서 배운, 항상 웃으면서 노력한 내 인상이었을까. 

 

일본어뿐만 아니라, 내가 무슨 능력이 있는가. 8년 운동을 해왔는데 경지에 도달한 적 없고, 사진도 열심히 찍어왔는데 아마추어 수준에서 조금 잘하는 편이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 무엇이 있을까? 난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가 결국 나에게 맞는걸까? 

 

면접관 앞에서, 자신 있게 실패는 내 원동력이라고 했지만 실패는 항상 너무 아프다. 쓰라리게 아프다. 너무 사랑했던 연인에게 차이고 난 후 처럼 공허하다. 그리고 한 여자가 삶에서 지워졌는데 그 이유 하나로 앞이 막막해지는 느낌이다. 

 

청소를 하자. 청소를 하면서 마음도 청소하자. 누군가를 잊는 게 항상 어려웠던 내가. 나를 져버린 회사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도약 준비를 다시 하자.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시기의 찬스. 나를 떠나보낸 회사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반드시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으로 웃으며 복수하겠다. 난 널 극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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