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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 만들기!

도쿄뱅 2020. 2.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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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2 (일)

 

내 100가지 버킷리스트 목록중에 68번은, "진정한 친구를 만들었다. 나랑 성격이 잘 맞기도 하고 대화하면 긍정적인 기운과 즐거움을 준다" 이다.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쓰면, 버킷리스트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형 문장으로 68번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일본에 와서도, 내 '진짜 친구' 찾기는 계속 되었지만, 나의 이상이 높아서 그런지 '진짜 친구'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진짜 친구는 있기나 한 걸까? 나도 내 자신을 여전히 모르는데,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날까? 라는 의문도 들기도 했다. 또 그러다 문득, 최근에 든 생각인데, 진짜 친구는 결국 '나' 아닐까. 누가 나를 잘 알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은 친한 친구 중 한 명을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만큼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여전히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많더라도, 자신보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나를 낳은 부모님조차도 나보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을 것이다. 

 

진짜 친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안다'는 것 아닐까.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고 그 사람을 알기 때문에 이해가 생기고 그렇기 때문에 연기하는 내가 아닌 자연스러운 내가 되어 나를 드러내도 상대방은 나를 받아들여준다. 혼자 있을 때 나를 보면, 가장 자연스럽다. 당연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내가 되어 혼자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투정을 부린다. 누군가의 앞이었다면, 눈치를 봤을 것이지만 가장 잘 아는 내 앞에서는 나는 나를 드러내고 있다. 수 많은 명언을 보고 그 순간에 공감이 되더라도 쉽게 잊혀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명언들이 진실임을 느낀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이다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은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외부에서 친한 친구를 찾아다니며 방황했다. 방황하며 부딪히고 힘들어하며 외로워했다.

 

일본에 와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겼다. 그리고 일본인 친구들은 문화적인 특성 때문인가, 자연스럽게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 거리가 가끔은 나를 외롭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이 덕분에 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힘들어하던 관계에서 벗어나서, 나라는 안락처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이 안락처의 무거운 짐과 쓰레기를 버리고, 깨끗하게 정리하여 따뜻한 안락처로 만들려고 한다. 부정적인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나를 괴롭히기 보다는 진짜 친구로서, 나를 이해해주고 긍정해주자.

 

누군가에게 이해과 긍정을 바라는 것보다, 자신에게 이해와 긍정을 바라는 게 가장 편하다. 아직은 내가 나 자신을 '진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나를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난 여전히 나를 너를, 알아가고 싶고 이해하고 긍정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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