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_사회인 편 5화 직장 생활 장_일본에서 일한다는 것은?
외국에서 맞이하는 9번째 대명절 추석. 이 글을 쓰면서, 명절 때 휴가를 내서 한국에 돌아갔는가 생각해 봤지만, 비행기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결국 포기했던 것 같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추석이 적응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쓸쓸하다. 예전에는 그래도 명절 때면 가족에게 연락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에게 인사를 나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것도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생존신고'를 하기 위해서 가끔씩 올리는 포스팅을 그만둔 것처럼,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각종 미디어에서 나오는 '추석', 인스타그램에서 접하는 스토리들을 보면 역시나 나는 한국인이라 가족끼리 모였을 때의 옛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올라 나를 외롭게 만든다.
사실, 일본에도 추석에 비견되는 오봉이라는 최대 명절 중 하나가 있다. 매년 8월 15일이 그 명절인데, 이날을 전후로 매년 8월 13~16일이 연휴에 해당하는 오봉 연휴가 있다. 일본인들은 이때, 자신의 고향, 부모님에게 찾아간다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직을 하면 보통 유급휴가가 11일 정도로 부여된다. 유급휴가는 그 회사에서 다닌 연수가 늘어날수록 길어지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이직을 하면 유급휴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추석 때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길게는 4일 연차를 쓰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도 있어서 결국 일본에서 남들이 다 쉴 때, 한국행을 선택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추석에 대해서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 친구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다. 반은 비행기값, 연차 등 무리를 해서라도 돌아가는 부류가 있다면, 나처럼 그냥 일본에 있는 경우가 나머지 반인 것 같다. 나머지 반의 경우에도, '한국은 추석인데...나는 일을 해야 한다니'라는 가의 스토리를 볼 수 있다. 가끔은 다이버시티에 대한 관점을 생각했을 때, 일본의 오봉과 같은 연휴에는 일하고 그 대신 그 나라의 명절에 대체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이번 주 추석 연휴 목, 금은 일부러 잔업을 했다. 집에 빨리 돌아가봤자 공허할 것 같아서, 오히려 일에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일에 몰두하였다. 다른 친구는 신오쿠보라는 한류타운에 가서 한국인들과 한국요리를 먹으면서 추석에 외국에 있는 아쉬움을 서로 위로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일본에서 사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각자 그 나라의 대명절이 있을텐데 그때 외롭지 않을까라는 등의 생각이다. 그것과 별개로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궁금해졌다. 아래 원 그래프는,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2년 10월 말 시점 '외국인 고용상황 정리'를 바탕으로 한다. 한국인도 많은 것 같은데, 베트남인이 46만명(25.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중국, 필리핀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67,335명(3.7%)으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적었다.
아래 표에서, 전년 동기와 비교한 증가율로 보면 베트남(26.7% 증가) 인도네시아(23.4% 증가) 네팔(12.5% 증가) 순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 세 나라에 공통되는 특징으로는 일본에 비해 모국의 임금 수준이 낮아 해외로 돈을 벌러 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비추어볼 때, 임금 수준에서 더 이상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적게 받기도 하는 일본에서, 한국인이 일본에서 일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일본에서 일하는 화이트 칼라 외국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일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 생각' 관련 앙케이트 결과도 아래에 공유해 본다. 혹시 관심 있으면 읽어보면 좋겠다. 정리하자면,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이 70%를 넘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족, 조금 만족이라고 평가한 사람들 중에 업무 내용이나 직장동료와의 관계에서 만족하는 사람들이 과반수였다. 일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은 일본인과의 차별이나 일본의 독자 문화에 대한 어려운 이해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https://www.adeccogroup.jp/power-of-work/042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일본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명절 등 문화의 차이로 인해 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본인들로부터 공감받기도 어려운 것이기에, 같은 처지에 한국인들끼리 서로 호소하면서 공감해주고 위안이 되어주는 것이 좋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끼리 만나면 자주 하는 말이 우리는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문화에 대해서 이해는 어느 정도 있지만 일본인이 될 수 없고, 한국에 잠시 돌아가더라도 한국의 문화에 노출되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소외감은 결국 여기도 저기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방인이 된다는 것이 과연 외로움만 있을까. 어떤 문화에 치우쳐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나라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애정이 아니라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거리가 있기에 그 문화들을 진짜 사랑할 수 있지 있을 것이다. 즉, 상대의 단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있기에 상대방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스터 션샤인의 이방인이라는 노래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미국인이면서도 결국에 조선인이었던 유진 초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FcxEI4v8ASY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_사회인 편 5화 직장 생활 장_일본에서 일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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